<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개여울의 노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2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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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울의 노래

 



그대가 바람으로 생겨났으면!
달 돋는 개여울의 빈 들 속에서
내 옷의 앞자락을 불기나 하지.

우리가 굼벵이로 생겨났으면!
비오는 저녁 캄캄한 영 기슭의
미욱한 꿈이나 꾸어를 보지.

만일에 그대가 바다 난끝의
벼랑에 돌로나 생겨났으면
둘이 안고 굴며 떨어나지지.

만일에 나의 몸이 불귀신(鬼神)이면
그대의 가슴속을 밤도와 태와
둘이 함께 재 되어 스러지지.


08.0203/오후 3시 21분
미욱하다 - 됨됨이나 하는 짓이 어리석고 미련하다.
매욱하다 - 어리석고 아둔하다.
우치愚癡 - 매우 어리석고 미욱함.


▷ 개여울 : 개와 여울의 결합형.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혹은 개울을 뜻 한다. 여울은 물살이 세고 빠르게 흐르는 곳을 말한다.
▷ 영 : [명] 영(嶺). 재.
▷ 미욱한 : [형] 미욱하다. 됨됨이가 어리석고 미련하다.
▷ 굴며 : [동] 구르다. 구르며.
▷ 불귀신(鬼神) : [명] 불을 맡아 다스리거나 불을 낸다고 하는 귀신.
▷ 밤도아 : 밤새도록.
▷ 태와 :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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