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기억(記憶)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26. 22:23
728x90

12
기억(記憶)


달 아래 시멋 없이 섰던 그 여자(女子),
서있던 그 여자(女子)의 해쓱한 얼굴,
해쓱한 그 얼굴 적이 파릇함.
다시금 실 뻗듯한 가지 아래서
시커먼 머리낄은 번쩍거리며,
다시금 하룻밤의 식는 강(江)물을
평양(平壤)의 긴 단장은 슷고 가던 때.
오오 그 시멋 없이 섰던 여자(女子)여!

그립다 그 한밤을 내게 가깝던
그대여 꿈이 깊던 그 한동안을
슬픔에 귀여움에 다시 사랑의
눈물에 우리 몸이 맡기웠던 때.
다시금 고즈넉한 성(城)밖 골목의
사월(四月)의 늦어가는 뜬눈의 밤을
한두 개(個) 등(登)불 빛은 울어 새던 때.
오오 그 시멋 없이 섰던 여자(女子)여!


▷ 시멋 없이 : 생각없이 멍하니.
▷ 적이 : [부] 적잖이. 얼마간.
▷ 머리낄 : [명] 머리카락.
▷ 단장 : [명] 단장(短墻). 나지막한 담.
▷ 슷고 : [동] 스치다.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김소월의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깊고 깊은 언약   (0) 2010.03.26
  (0) 2010.03.26
금(金)잔디   (0) 2010.03.26
그를 꿈꾼 밤   (0) 2010.03.24
귀뚜라미  (0) 201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