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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記憶)
달 아래 시멋 없이 섰던 그 여자(女子),
서있던 그 여자(女子)의 해쓱한 얼굴,
해쓱한 그 얼굴 적이 파릇함.
다시금 실 뻗듯한 가지 아래서
시커먼 머리낄은 번쩍거리며,
다시금 하룻밤의 식는 강(江)물을
평양(平壤)의 긴 단장은 슷고 가던 때.
오오 그 시멋 없이 섰던 여자(女子)여!
그립다 그 한밤을 내게 가깝던
그대여 꿈이 깊던 그 한동안을
슬픔에 귀여움에 다시 사랑의
눈물에 우리 몸이 맡기웠던 때.
다시금 고즈넉한 성(城)밖 골목의
사월(四月)의 늦어가는 뜬눈의 밤을
한두 개(個) 등(登)불 빛은 울어 새던 때.
오오 그 시멋 없이 섰던 여자(女子)여!
▷ 시멋 없이 : 생각없이 멍하니.
▷ 적이 : [부] 적잖이. 얼마간.
▷ 머리낄 : [명] 머리카락.
▷ 단장 : [명] 단장(短墻). 나지막한 담.
▷ 슷고 : [동] 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