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출석 부른다/이태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2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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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부른다/이태선 



  1번 한우람 정다혜
  2번 동사무소 앞 황매화
  3번 경비실 옆 철쭉
  4번 반 지하방 창문 얼룩

  폭우 그친 이튿날
  북한산 밑 쌍문 1동 교실 반짝반짝
  햇빛 선생님 출석 부른다

  덥수룩한 어둑발이 쳐들어온다 마루 끝에 앉은 아버지
신을 벗어 턴다 소가 울지 않는다 옆집 도마질 소리 수돗
가 펌프 소리

  미지근한 수돗물 낮은 부뚜막 하수 냄새 외가의 쪽마루
고양이, 청승 맞게 울던 서울 냄새

  멀미 노란 눈 속으로 고요히 골목 연탄 냄새
  네
  네
  네
  네
  깊게 깊게 맑은
  폭우 그친 다음 날
  한우람 정다혜

  뜸부기 소쩍새
  세상 만물 대답한다
  반짝 반짝
  담벼락의 벽보도 내 마음의 얼룩도



-<「애지」2006년, 겨울호. 반경환 명시1,2>


이런 시는 첫 행부터 당기는 느낌인데 2행 3행 나가면서 더 흥미롭습니다. 마중물을 부어 펌프질 하는
소리 들려오고 골목길 연탄냄새가 멀미를 일으키게 하던 서울냄새, 외갓집의 낮은 부뚜막... 폭우 그친
뒤 북한산(삼각산)은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데 언제쯤 이야기일까요.
십 오년, 이 십 년쯤은 된 것 같은데 아련한 옛날이야기가 새록새록 새롭습니다. <정호순>

 

 

다시 듣고 싶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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