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맵고 아린 / 강정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3. 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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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아린 / 강정이



1
호두까기인형이 되어
태엽감은 듯 빙글빙글 도는 발레리나
새처럼 춤추기 위해 발가락은
맵고 아리다
그녀 발가락이 불퉁불퉁
마늘뿌리다

꽃목걸이 걸고 웃는 발레리나
껍질 벗긴 한 톨 마늘이다
스포트라이트 받은 얼굴 매운내 훅- 터지니
눈부시다


2
친구야 마늘은
장터국밥에나 용봉탕에나
헌 운동화나 동쪽 별자리에도
들어있다
울지마라


<「나비 봄을 짜다」. 애지 문학회 편. 종려나무. 2007년. 반경환 명시1,2>



인터넷에 보면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과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에서 보면 발로
공을 죽도록 차대는 박지성의 발보다 강수진의 발이 훨씬 더 못 생겨서 충격적이다.

열 발가락은 온통 옆으로 퍼지고 굳은살이 박혀서 울퉁불퉁한 것이 길바닥의 요철보다도 더 심하다.
한 분야에 최고의 경지에 올라서기까지 발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그 발가락은 묵묵히 잘 대변을 해 주
고 있는데 충격이 가시고 나면 이내 가슴이 뭉클해지며 짠한 감동을 맛보게 된다.

토종마늘의 아리고 매운 맛보다 더 알싸한 감동의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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