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밭고랑 위에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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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고랑 위에서


우리 두 사람은
키 높이 가득 자란 보리밭, 밭고랑 위에 앉았어라.
일을 필(畢)하고 쉬이는 동안의 기쁨이여.
지금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꽃이 필 때.

오오 빛나는 태양(太陽)은 내려 쪼이며
새 무리들도 즐거운 노래, 노래 불러라.
오오 은혜)恩惠_여, 살아있는 몸에는 넘치는 은혜(恩惠)여,
모든 은근스러움이 우리의 맘속을 차지하여라.

세계(世界)의 끝은 어디? 자애(慈愛)의 하늘은 넓게도 덮혔는데,
우리 두 사람은 일하며, 살아 있어서,
하늘과 태양(太陽)을 바라보아라, 날마다 날마다도,
새라 새릅은 환희(歡喜)를 지어내며, 늘 같은 땅 위에서.

다시 한 번(番) 활기(活氣)있게 웃고 나서, 우리 두 사람은
바람에 일리우는 보리밭 속으로
호미 들고 들어갔어라, 가즈란히 가즈란히,
걸어 나아가는 기쁨이어, 오오 생명(生命)의 향상(向上)이여.

08.0206/ 낮 3시 18분
▷ 일리우는 : 일렁거리는.
▷ 가즈란히 : [부] 가지런히. 나란히. 평북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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