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반(半)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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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半)달


희멀끔하여 떠돈다, 하늘 위에,
빛 죽은 반(半)이 언제 올랐나!
바람은 나온다, 저녁은 춥구나,
흰 물가엔 뚜렷이 해가 드누나.

어두컴컴한 풀 없는 들은
찬 안개 위로 떠 흐른다.
아, 겨울은 깊었다, 내 몸에는,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는 이 설움아!

가는 님은 가슴에 사랑까지 없애고 가고
젊음은 늙음으로 바뀌어 든다.
들가시나무의 밤드는 검은 가지
잎새들만 저녁빛에 희그무레히 꽃 지듯 한다.


▷ 들가시나무 : 들판에 있는 가시나무.
▷ 희그무레히 : [형] 희끄무레하다. 희끄무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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