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드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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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 대일 땅이 있었드면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즈란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夕陽)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울,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섭대일 땅이 있었드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로 새릅은 탄식(歎息)을 얻으면서.

동(東)이랴, 남북(南北)이랴,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희망(希望)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心情)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늘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山)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저 혼자 ……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08.02.06/ 낮 1시 54분

▷ 가즈란히 : [부] 가지런히. 나란히. 평북방언.
▷ 보섭 : [명] 보습. 평북방언.
▷ 저물손에 : 저물 무렵에.
▷ 새롭은 : 새롭고 새로운
▷ 저저 : 저마다. 저희들 각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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