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산(山) 위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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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山) 위에

 

 



산(山) 위에 올라서서 바라다보면
가로막힌 바다를 마주 건너서
님 계시는 마을이 내 눈앞으로
꿈 하늘 하늘같이 떠오릅니다

흰 모래 모래 비낀 선창(船倉)가에는
한가한 뱃노래가 멀리 잦으며
날 저물고 안개는 깊이 덮여서
흩어지는 물꽃뿐 안득입니다

이윽고 밤 어두운 물새가 울면
물결조차 하나 둘 배는 떠나서
저 멀리 한바다로 아주 바다로
마치 가랑잎처럼 떠나갑니다

나는 혼자 산(山)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해 붉은 볕에 몸을 씻으며
귀 기울고 솔곳이 엿듣노라면
님 계신 창(窓)아래로 가는 물노래

흔들어 깨우치는 물노래에는
내 님이 놀라 일어나 찾으신대도
내 몸은 산(山) 위에서 그 산(山) 위에서
고이 깊이 잠들어 다 모릅니다

08.02.11/ 00시 50분
▷ 안득입니다 : 아득합니다.
▷ 한바다 : 넓고 큰 바다.
▷ 아주 바다로 : '아주 먼 바다'라는 뜻을 가진 '아주'와 '바다'의 결합어로 볼 수도 있지만, '아예 바다'로 떠나갔다는 의미를 가진 말로 볼 수도 있다.
▷ 솔곳이 : [부] 솔깃이. 형용사 솔곳하다의 어근에 부사파생접사 -이가 결합한 형태이다. 솔깃하다를 표준어로 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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