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오는 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2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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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봄


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쓸쓸한 긴 겨울을 지나보내라.
오늘 보니 백양(白楊)의 뻗은 가지에
전(前)에 없이 흰새가 앉아 울어라.

그러나 눈이 깔린 두던 밑에는
그늘이냐 안개냐 아지랑이냐.
마을들은 곳곳이 움직임 없이
저편(便) 하늘 아래서 평화(平和)롭건만.

새롭게 지껄이는 까치의 무리.
바다를 바랍며 우는 까마귀.
어디로서 오는지 종경 소리는
젊은 아기 나가는 조곡(吊曲)일러라.

보라 때에 길손도 머뭇거리며
지향없이 갈 발이 곳을 몰라라.
사무치는 눈물은 끝이 없어도
하늘을 쳐다보는 살음의 기쁨.

저마다 외로움의 깊은 근심이
오도가도 못하는 망상거림에
오늘은 사람마다 님을 여이고
곳을 잡지 못하는 설움일러라.

오기를 기다리는 봄의 소리는
때로 여윈 손끝을 울릴지라도
수풀 밑에 서리운 머리카락들은
걸음 걸음 괴로이 발에 감겨라.


▷ 백양(白楊) : [명] 사시나무. 황철나무. 버드나뭇과의 낙엽 교목.
▷ 두던 : [명] 두덕. 둔덕.
▷ 망상거림 : 이리저리 생각만 하고 태도를 정하지 못하는 모습. 주저하면서 망설이는 태도.
▷ 여이고 : [동] 여이다. 여의다. 사별(死別)하다. 멀리 떠나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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