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옛이야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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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등(燈)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世上)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前)날에 제게 있던 모른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워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줍니다

08.02.16/ 오전 9시 47분
▷ 어스러한 : 어스럼한 빛. 밝지 않고 희미한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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