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저녁 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2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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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마소의 무리와 사람들은 돌아들고, 적적(寂寂)히 빈 들에,
엉머구리 소리 우거져라.
푸른 하늘은 더욱 낫추, 먼 산(山) 비탈길 어둔데
우뚝우뚝한 드높은 나무, 잘 새도 깃들어라.

볼수록 넓은 벌의
물빛을 물끄럼히 들여다보며
고개 수그리고 박은 듯이 홀로 서서
긴 한숨을 짓느냐, 왜 이다지!
온 것을 아주 잊었어라, 깊은 밤 예서 함께
몸이 생각에 가볍고, 맘이 더 높이 떠오를 때.
문득, 멀지 않은 갈숲 새로
별빛이 솟구어라.

08.02.24/ 오후 5시 28분
▷ 적적(寂寂)히 : [부] 조용하고 쓸쓸히.
▷ 엉머구리 : 개구리의 일종.
▷ 낫추 : 낮찹고. 낮추는 낮찹고의 변이형.
▷ 예서 : 여기서.
▷ 새 :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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