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전망(展望)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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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展望)

 

 


부옇한 하늘, 날도 채 밝지 않았는데,
흰눈이 우멍구멍 쌓인 새벽,
저 남편(便) 물가 위에
이상한 구름은 층층대(層層臺) 떠올라라.

마을 아기는
무리 지어 서제(書齊)로 올라들 가고,
시집살이하는 젊은이들은
가끔가끔 우물길 나들어라.

소삭(蕭索)한 난간(欄干) 위를 거닐으며
내가 볼 때 온 아침, 내 가슴의,
좁혀 옮긴 그림장(張)이 한 옆을,
한갓 더운 눈물로 어룽지게.

어깨 위에 총(銃) 매인 사냥바치
반백(半白)의 머리털에 바람 불며
한번 달음박질. 올 길 다 왔어라.
흰눈이 만산편야(滿山遍野)에 쌓인 아침.

08.02.24/ 오후 5시 42분
▷ 우멍구멍 : [부] 평탄하지 못한 모양. 고르지 않은 상태.
우멍구멍 - 울퉁불퉁
▷ 남편(便) : 남(南)쪽.
▷ 소삭(蕭索)한 : 소삭하다. 쓸쓸하고 고요하다.
▷ 그림장(張) : 그림을 그린 종이. 장은 얇고 넓적한 물건의 조각을 뜻한다.
▷ 사냥바치 : [명] 사냥꾼. 사냥과 -바치의 결합형. -바치는 인칭접미사.
▷ 만산편야(滿山遍野) : 온산과 들에 그득히 덮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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