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3. 상징주의 풍토편
신천옹(信天翁)/보들레르
흔히 뱃사공들은 장난삼아서
크낙한 바다의 새, 신천옹을 잡으나
깊은 바다에 미끄러져 가는 배를 뒤쫓는
이 새는 나그네의 한가로운 벗이라.
갑판 위에 한번 몸이 놓여지면
이 창공의 왕은 서투르고 수줍어
가엾게도 그 크고 하얀 날개를
마치도 옆구리에 노처럼 질질 끈다.
날개 돋친 이 길손, 얼마나 어색하고 기죽었는가!
멋지던 모습 어디 가고, 이리 우습고 초라한가!
어떤 이는 파이프로 그 부리를 지지고
어떤 이는 절름절름 날지 못하는 병신을 흉내낸다.
시인 또한 이 구름의 왕자와 비슷한 존재,
폭풍 속을 넘나들고 포수를 비웃지만
땅 위에 추방되면 놀리는 함성 속에
그 크낙한 날개는 오히려 걸음을 막고 만다.
-시선집 『世界의 名詩』김희보 편저
2010-06-01 / 오전 10시 59분
제목인 “신천옹”은 새 이름. 몸은 크고 살이 쪘으며, 날개와 꼬리는 검다. 원이름 그대로 알바스트로라 부르기도 한다.
이 시는 뛰어난 예술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처세술이 서툴러서 세상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받는 시인을 붙들린 신천옹에다 비겨 노래한 것이다.
이 시는 작자의 시집 「악의 꽃」재판(1861)에 수록되어 있는데, 1857년에 간행된 「악의 꽃」초판은 세상의 비난을 받고 벌금형에 처해진 일이 있다. 그 때의 감회를 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외국시♠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을에 비가 내리듯/베를렌 (0) | 2010.06.14 |
---|---|
가을의 노래/베를렌 (0) | 2010.06.14 |
풀잎/휘트먼 (0) | 2010.06.11 |
장갑/실러 (0) | 2010.06.11 |
첫사랑/괴테 (0) | 2010.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