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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리(攝理)/박재삼
그냥 인고(忍苦)하여 수목이 지킨 이 자리와
눈엽(嫩葉)이 봄을 깔던 하늘마리 알고 보면
무언지 밝은 둘레로 눈물겨워도 오는가
신록 속에 감추인 은혜로운 빛깔도
한량없는 그 숨결 아직도 모르는데
철없이 마음 설레어 미소 지어도 보는가
어디메 물레바퀴가 멎은 여운처럼
걷잡을 수 없는 슬기 차라리 잔으로 넘쳐
동경은 원시로웁기 길이 임만 부르니라
-시선집 『한국의 명시』김희보 엮음
<최남선에서 기형도까지 1005편 총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