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길/박해성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6. 1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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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조백일장 일반부 장원


길/박해성

 

 

후렴쯤 걸린 잎새에 야윈 햇살 서성인다
어쩌다 신발 잃어 천축에 이르지 못한
달마를 찾아가는지 소슬바람 스산한 날


더러는 읽을 수 없는 젖은 生을 구겨 쥐고
자꾸만 뒷걸음치다 돌부리에 넘어진다
그토록 참았던 울음, 칸나처럼 우련 붉은데


하늘 끝 늘어지도록 직유로 긋는 빗길에는
평행으로 질주하던 술래의 숨소리도
이쯤서 쉬었다 간다, 겨운 등짐 풀어놓고


앞만 보고 달리느라 스쳐 지난 작은 풀꽃
만삭의 씨방 열고 비상을 꿈꾸는가,
푸드득, 깃 터는 소리 산빛 꿈틀 깨어난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연간집 『초록동행』. 2007
2010-06-08 / 22시 27분

 

 

우련 붉은데...직유로 긋는 빗길 같은 구절은 어디선가 본 듯도 하지만 시적 미학이 담뿍 담긴 아주 맛깔스런 시조입니다. 백일장 하면 그날 그 자리에서 주어진 시제로 글을 짓는 것인데 두고두고 퇴고를 하지도 않은, 단 두 시간의 시간으로 이 정도의 작품을 빗어낼 수 있다면 평소의 수련과 습작이 어느 정도일까요. 저도 가 보았지만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08.12.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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