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오순택
-황지에서 낙동강까지
나는 물이에요.
졸졸 쫄쫄 촐촐 악기 같은 새 소리도 흉내내며 산 속 바위
틈을 지나 개울에 이르면, 어디서 왔는지 그 곳에는 얼굴
이 푸르스름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가다가 숨차
면 댐에 갇혀 햇볕에 포슬포슬 등을 말리기도 하고, 그래
도 심심하면 폭포처럼 뛰어내려 하야말갛게 부서지며 깔
깔댔어요.
물은 물끼리 만나면 즐거워요. 금세 강에 다다랐는지 토
끼풀 주섬주섬 모아 꽃피우는 강가를 바라보며 우리는 한
마음이 되어 큰 강을 만들지요. 강은 깊을수록 휘휘 휘파
람을 불며 흘러가지요.
나는 친구들과 헤어져 어느 집 수도관으로 들어갔지요.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물을 콸콸 흘려 버리면 어쩌나 싶
어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이윽고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틀
었어요. 휴유! 손이 조그맣고 귀여운 여자아이였어요. 나
는 하얀 이를 들어내며 웃어 주었지요.
- 너를 만나려고 낙동강 일천삼백 리를 달려왔지.
나는 나푼나푼한 이파리처럼 말하였지요.
-사진 동시집『그곳에 가면 느낌표가 있다』(아동문예, 2007)
<시냇물 / 오두영 작시, 김영란 작곡 / 노래 : 서울 보현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
<초등국어 6-1 말하기 · 듣기 · 쓰기에 실린 시>
*황지: 낙동강 일천삼백리가 시작되는 연못. 강원도 태백 시내에 있다.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곽해룡 (0) | 2011.02.12 |
---|---|
소나무야 소나무야/오순택 (0) | 2010.12.31 |
서울에 온 돌하르방/오순택 (0) | 2010.12.18 |
새는 꽃 빛깔로 울고/오순택 (0) | 2010.12.18 |
부러워한대요/오순택 (0) | 2010.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