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이대흠
조용한 오후다
무슨 큰 일이 닥칠 것 같다
나무의 가지들 세상곳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숨쉬지 말라.
그대 언 영혼을 향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질 지 알 수 없다.
마침내 곳곳에서 탕,탕,탕,탕
세상을 향해 쏘아대는 저 꽃들
피할 새도 없이
하늘과 땅에 저 꽃들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쟁이다.
이대흠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 (창작과비평사, 1997)
한 시인의 이름이 어떻게 해서 각인이 될까. 보통 사람들과의 인연은 만남에서부터 비롯되지만 시인들은 시를 통해서 알게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감동을 주거나 색다른 시 한 편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어느 해 꽃이 한창 피어나는 봄에 이 시를 첫대면을 해서인지 상당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꽃은 여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전쟁은 남성놀이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여자이면서 시적 화자를 남자로 내 세운 노천명의 '남사당' 이나 고정희의 <지리산의 봄3 - 연하천 가는 길>도 있지만 소월이나 영랑 같은 시인은 남성이면서 시의 어조가 여성적인데 비해 이대흠 시인은 이육사나 유치환처럼 남성적인 시를 쓴다고 한다. 이 시도 꽃이 피는 속도를 전쟁의 도구인 총에 비유를 하였는데 정말 봄날에 하루가 다르게 여기저기 빠르게 마구 피는 꽃들을 보노라면 전쟁의 다름 아니다.
제주도 어느 가정집 마당에는 벌써 목련이 피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예년보다 꽃들이 빨리 피고 지난해보다도 올해는 벚꽃도 개나리도 참꽃도 개화시기가 일주일 정도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한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고 곧 꽃들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언 영혼을 향해/언제 방아쇠가 당겨질 지 알 수 없으니" 그대, 봄 앞에 결코 긴장을 풀지 말라. <탕,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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