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위험한 식사/최문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1. 5. 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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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식사/최문자

 


무서운 일이다
50년 이상
매일 매 끼니
저 불량한 밥을 위하여 실날같은 희망을 가진
세상에다, 끝도 모서리도 없는 둥근 밥상 하나 차리는 노동
거품 물듯 흰 밥알 한 입 물 때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와와, 흩어지던 으깨진 희망
산다는 건
세상이 나를 질겅질겅 밟고 지나가는 말발굽 같은 식사
산다는 건
아주 벙어리인 나로 깔릴 때까지
밥상 하나 차리며, 밥상이 나를 차리며
서로 반질반질하게 길들이는 노동
무서운 일이다
50년 넘게
매일 매 끼니 밥을 이기며
아슬아슬하게 먹어치우는 위험한 식사
저 불량한 칼 같은 밥을 먹기 위하여
꼭두새벽
나는 숟가락 하나 들고 나선다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랜덤하우스, 2006년

 

 

 

언제 밥 안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던가. 언제 밥벌이가 편안한 적이 있었던가. 원시시대에도 사냥을 하면서 다치게 하지 않게 해 달라고, 다음 날 사냥감을 쉽게 잡게 해 달라고 동굴에 그림을 그리며 주술적으로 기도를 했고 노마디 생활을 마감하고 정착을 하였을 때도 농사를 짓는 것이 자연수해나 풍해로 인하여 고초가 끊이지를 않았었다.


산업화 사회에 접어들어 과학문명이 진일보하였고 자연재해를 이기고 농사짓는 기술이 유전자공학으로까지 이어져 생산이 대량으로 늘었다. 먹거리가 풍속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밥벌이는 녹록치가 않다. 먹고사는데 큰 걱정이 없는 지금 경쟁이 주는 스트레스는 가히 폭팔 적이다. 경쟁에 이기지 못하는 것이 세상에 지는 것이 되어버린 시대에 나도 달랑 숟가락 하나 들고 따라 나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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