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1. 5. 28. 19:21
728x90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1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2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 그루
먼 곳에서 몸 일으킨다.

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가까스로 가지 뻗어

경계를 찢는지

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다. 
 

 


 

―계간『창비(2001. 여름호)

 

 

  이마적에는 '안녕하세요' 또는 '반갑습니다' 가 보편적인 인사말이 되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웃어른을 만나거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진지 드셨었요' 또는 식사하셨어요' 가 인사말이었다. 배고픈 시절의 무의식적으로 배여 든 습관적인 인사말이었지만 형식적이거나 지나가는 말이라 해도 그 말에는 위로가 담겨있고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물론 요즘도 식사하는 중에 아는 사람이 찾아오거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밥은 먹었느냐고 물어 보는 것을 보면 우리의 의식구조에서 '밥' 은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는 끼니라기 보다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이어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음에 밥 한번 먹자' 는 모종의 거래가 있는 듯도 하지만 친구나 선·후배에게 순수하게 건네는 이 말에는 믿음이 담겨있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한한 신뢰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데 하물며 어머니에게 있어 자식의 '밥' 은 더 말해 무엇하랴. 시 속에 어머니는 목숨이 꺼져가고 있다. 그 와중에 잠시 정신이 든 어머니는 자식이 눈에 들어오자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바―압' 을 주랴 고 물어본다. 하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하시고 마지막 밥을 주고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지으신다.

 

  봄철에 향기로운 흰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의 꽃은 한창 필 때에는 눈을 쌓아놓은 듯 한데 어머니의 염원이 이팝나무의 뿌리에 가 닿으면서 이밥을 고봉으로 펼쳐 놓는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밥' 사랑이 눈물 겨웁다.

 

'시를♠읽고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위병/하이네  (0) 2011.05.28
봄비/이재무  (0) 2011.05.28
우스개 삼아 /이시카와 타꾸보꾸   (0) 2011.05.28
쟁기/박재희   (0) 2011.05.28
위험한 식사/최문자   (0) 2011.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