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우리 말♠문학 자료♠작가 대담

무화과 / 문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3. 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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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문숙

 

 

비구니 스님과 함께 산길을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언뜻언뜻 보이는 숲길
비구니 스님 머리 위에서 뭉게구름이 생각처럼 피었다 사라진다
어디선가 날아온 벌 한 마리가 스님 주위를 빙빙 돌며 따라붙는다
꽃을 버린 저 몸에도 달짝지근한 곳 있었던가
하얀 목덜미를 훔쳐보며 닝닝닝 틈을 노린다
뒤따르던 내가 팍, 때려잡고 싶은 마음 참는다
벌에게 내가 붙들려 발을 헛놓는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물방울 터지듯 처연하게 스미는 봄날
민둥산 같은 스님 머리에 간간이 나뭇잎 그림자가 진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스님은 숨소리도 없이 가던 길만 간다
제 몸속에 꽃을 버린 나무 한 그루 저 홀로 무심하다

 

 

 

-문장『웹진』(2010, 8)

 

 

<가져온 곳 : 문장 웹진 주제별 시모음>

http://webzine.munjang.or.kr/article/content.asp?pCate=6&pID=1256&pVol=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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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문숙

 

 

비구니 스님과 함께 산길을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언뜻언뜻 보이는 숲길

벌 한 마리가 스님 주위를 빙빙 돌며 따라붙는다

꽃을 지운 저 몸에도 달짝지근한 곳 있었던가

하얀 목덜미를 훔쳐보며 닝닝닝 틈을 노린다

뒤따르던 내가 팍, 때려잡고 싶은 마음 참는다

벌에게 내가 붙들려 지꾸 발을 헛놓는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물방울 터지듯 축축하게 스미는 봄날

민둥산 같은 스님 머리에 간간이 나뭇잎 그림자가 진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스님은 숨소리도 없이 가던 길만 간다

제 몸속에 꽃을 버린 나무 한 그루 저 홀로 무심하다

 

 

 

-시집『기울어짐에 대하여』(애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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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내면서 수정한 곳.

빨간 색은 삭제한 글,  ()속은 수정, 추가한 곳.

 

무화과

 

문숙

 

 

비구니 스님과 함께 산길을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언뜻언뜻 보이는 숲길
비구니 스님 머리 위에서 뭉게구름이 생각처럼 피었다 사라진다
어디선가 날아온 벌 한 마리가 스님 주위를 빙빙 돌며 따라붙는다
꽃을 버린 저 몸에도 달짝지근한 곳 있었던가
하얀 목덜미를 훔쳐보며 닝닝닝 틈을 노린다
뒤따르던 내가 팍, 때려잡고 싶은 마음 참는다
벌에게 내가 붙들려 (자꾸) 발을 헛놓는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물방울 터지듯 처연하게(축축하게)  스미는 봄날
민둥산 같은 스님 머리에 간간이 나뭇잎 그림자가 진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스님은 숨소리도 없이 가던 길만 간다
제 몸속에 꽃을 버린 나무 한 그루 저 홀로 무심하다

 

 

 

-문장『웹진』(20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