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떼기
최승호
물끄러미 철쭉꽃을 보고 있는데
뚱뚱한 노파가 오더니
철쭉꽃을 뚝, 뚝 꺾어간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며 내뱉는 가래침
가래침이 보도블록과 지하철역 계단
심지어 육교 위에도 붙어 있을 때
나는 불행한 보행자가 된다
어떻게 이 가래침들을 피해 길을 가고
어떻게 이 분실된 가래침들을 주인에게 돌려줄 것인가
어제는 눈앞에서 똥 누는 고양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끝까지 똥 누는 걸 보고
이제는 고양이까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수줍음은 사라졋다 뻔뻔스러움이
비닐과 가래침과 광고들과 더불어
도처에서 번들거린다
그러나 장엄한 모순덩어리 우주를 이루어놓고
수줍음으로 숨어 있는 이가 있느니
그 분마저 뻔뻔스러워지면
온 우주가 한 덩어리 가래침이다
-시집『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열림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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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떼기 / 최승호
물끄러미 철쭉꽃을 보고 있는데
뚱뚱한 노파가 철쭉꽃을 꺾어 간다
그리고 내뱉는 가래침
가래침이 보도블록과 지하철역 계단
심지어 육교 위에도 붙어 있을때
나는 주의깊은 보행자가 된다
어떻게 이 가래침들을 피해 길을 가고
어떻게 이 분실된 가래침들을 주인에게 돌려줄 것인가
어제는 눈앞에서 똥 누는 고양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끝까지 똥 누는 걸 보고
이제는 고양이까지 나를 바보멍청이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수줍음은 사라졌다 뻔뻔스러움이
비닐과 가래침과 더불어 도처에서 번들거린다
그러나 장엄한 우주를 이루어놓고도
조물주는 창조의 수줍음으로 숨어 있으니
그 분마저 뻔뻔스러워지면
온 우주가 한 덩어리 가래침이다
<가져온 곳 : 조만연. 조옥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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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내면서 고친 분분 빨간색...
시치미떼기
최승호
물끄러미 철쭉꽃을 보고 있는데
뚱뚱한 노파가 철쭉꽃을 꺾어 간다
그리고 내뱉는 가래침
물끄러미 철쭉꽃을 보고 있는데
뚱뚱한 노파가 오더니
철쭉꽃을 뚝, 뚝, 꺾어간다---->뚝, 뚝 청각적인 효과를 넣으므로 해서 꽃이 꺾이는 아픔이 느껴진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며 내뱉는 가래침
가래침이 보도블록과 지하철역 계단
심지어 육교 위에도 붙어 있을때
나는 주의깊은 보행자가 된다
어떻게 이 가래침들을 피해 길을 가고
어떻게 이 분실된 가래침들을 주인에게 돌려줄 것인가
가래침이 보도블럭과 지하철의 계단
심지어 육교 위에도 붙어 있을 때
나는 불행한 보행자가 된다
어떻게 이 가래침들을 피해 길을 가고
어떻게 이 분실된 가래침들을 주인에게 돌려줄 것인가
어제는 눈앞에서 똥 누는 고양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끝까지 똥을 누는 걸 보고
이제는 고양이까지 나를 바보멍청이로 여긴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수줍음은 사라졌다 뻔뻔스러움이
비닐과 가래침과 더불어 도처에서 번들거린다
어제는 눈앞에서 똥 누는 고양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끝까지 똥 누는 걸 보고
이제는 고양이까지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수줍음은 사라졌다 뻔뻔스러움이
비닐과 가래침과 광고들과 더불어
도처에서 번들거린다
그러나 장엄한 우주를 이루어놓고도
조물주는 창조의 수줍음으로 숨어 있으니-->조물주 창조 같은 단어는 시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뺀 것이 아닌가 싶고 시는 숨겨놓은 맛도 있어야 한다.
그 분마저 뻔뻔스러워지면
온 우주가 한 덩어리 가래침이다
그러나 장엄한 모순덩어리 우주를 이루어놓고
수줍음으로 숨어 있는 이가 있느니-->조물주 창조 같은 단어는 시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뺀 것이 아닌가 싶고 시는 숨겨놓은 맛도 있어야 한다.
그 분마저 뻔뻔스러워지면
온 우주가 한 덩어리 가래침이다
- 최승호 시집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열림원, 200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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