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고개
고창수
가을날 당고개에 오면
나는 무엇을 노래할까?
그 너머엔 모든 것이 끝나는 듯한
당고개에 오면
현실과 꿈의 경계선(境界線)
당고개에 오면
나는 경계인(境界人)
두 영토 사이에 헛갈린
당고개에 오면
그 너머는 어디
잡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는
당고개에 오면
자전거 수리점 앞
두 노인 먼 하늘을 바라보고
계란 한 꾸러미씩 안고
할머니들이 서성대는 이곳
나는 무슨 말을 할까?
무슨 시를 쓸까?
(시문학, 5월호)
-이은봉·김석환·맹문재·이혜원 엮음『2011 오늘의 좋은시』(2011, 푸른사상)
당고개는 어디일까?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사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 다를 것이다. 인터넷에서 당고개를 입력해보니 서울지하철 4호선 역명과 서울 용산 어디쯤 천주교 성지라고도 나온다. 전국에 같은 지명이 여럿 있을 수 있으니 시 제목인 '당고개' 는 내가 생각하는 당고개가 아닐 수도 있겠다. 내 기억 속에 당고개는 수락산과 불암산을 갈 수 있는 지하철역인 당고개이다. 남양주까지 연장을 하려고 기본계획을 수립중이라는데 현재 당고개역은 종점역으로 되어 있다. 그럼 당고개라는 지명은 왜 생겨났을까.
서울 지하철 4호선 종점인 당고개역의 유래를 보면 옛날 산짐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돌을 들고 넘었던 고개로서 그 돌을 쌓아둔 서낭당터가 있었으며 매년 음력 1월 15일 서낭제를 지내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원래 미륵당이 있어 당현으로 부르던 곳으로서 사람들이 이곳을 넘나들며 작은 돌을 쌓고 소원을 빌던 성황당(서낭당)으로 변하면서 당고개라 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당고개의 전설은 웬만한 마을이면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예전엔 이 당고개를 거쳐 과거를 보러가던 이도 있었을 것이고 타지역으로 장거리 장사를 떠난 이도 있었을 것이다. 이 당고개를 넘으면서 소원이나 바람 하나쯤 빌었을 것이고 소원을 성취해 돌아왔다면 꿈을 찾아 떠난 고개이기도 하고 꿈을 이뤄 넘어오는 고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은 꿈에서 비롯되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 당고개에 가면은 당신은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당고개 하면 떠오르는, 당신의 기억 속에 있는 그 당고개는 어디에 있을까. <정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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