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돌배 씨 / 김남극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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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 씨


김남극

 

 

  돌배는 딱 깨물어 씨방을 갈랐을 때 씨가 까맣게 두 눈을 동그랗
게 뜨고 세상을 내다보면 다 익은 것이다


  그러니까 검은 눈동자가 늘 문제다


  유년기를 갓 벗어난 어느 날 개울을 건너다 본 그 허벅지가 유난
히 흰 그 계집애의 눈동자가 별나게 검었다


  최루탄 속에서 돌아갈 길이 아득한 눈물 속으로 내 손을 끌어주던
그 여자의 눈동자도 별나게 검은 빛이었다


  지금 내 옆에 반듯하게 조용히 잠든 아내가 하늘거리는 짧은 치마
속으로 내 마음을 끌고 들어갔을 때 어둠 속에서 본 그 유난히 검은
눈동자


  검은 빛은 완숙의 경지고 매혹의 경지고 그래서 그 속에 들면 자발
적 수형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늘 가득 매달린 돌배들이 어설픈 푸른빛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

  돌배를 하나 따서 딱 깨물어본다


  씨가 검다
  물기가 남았다

 
  씨는 씨방 속에서 참 많이 울었나보다


  울음 속으로 들어가 본다


  나는 이 마가리*를 떠날 수 없다

 

 

 *마가리: 영동 방언, 골짜기의 맨 끝

 

 

 

-반년간『서정과 현실』(2012년 상반기호)
-웹진 시인광장 선정『2012 올해의 좋은 시 100選』(아인북스, 2012)
2012-10-02 화요일 1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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