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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김경후
입술은 온 몸에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그러나 나의 입술은 지느러미
네게 가는 말들로 백만 겹 주름진 지느러미
네게 닿고 싶다고
네게만 닿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내가 나의 입술만을 사랑하는 동안
노을 끝자락
강바닥에 끌리는 소리
네가 아니라
네게 가는 나의 말들만 사랑하는 동안
네게 닿지 못한 말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소리
검은 수의 갈아입는
노을의 검은 숨소리
피가 말이 될 수 없을 때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월간『현대시』(2012년 3월호)
-웹진 시인광장 선정『2012 올해의 좋은 시 100選』(아인북스, 2012)
2012-10-02 화요일 1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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