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목련의 첫 발음 / 복효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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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의 첫 발음


복효근

 


밀봉하는 데 석 달 걸렸겠다
귀퉁이를 죽 찢어 개봉할 수 없는 봉투


펼치는 데 또 한 달은
박새가 울고 갔다


겹겹 곱게 접은 편지


입술자국이나 찍어 보내지
체온이라도 한 움큼 담아 보내든지


어쩌자고
여린 실핏줄 같은 지문만
숨결처럼 묻어 있다


너를 부르자면 첫 발음에 목이 매어서
온 생이 떨린다


그 한 줄 읽는 데만도
또 백 년의 세월이 필요하겠다

 

 


-월간『현대시학』(2011, 5월호)
- 웹진 시인광장 선정『2011 올해의 좋은 시 100선』(아인북스, 2011)
2012-10-07 일요일 22시 5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