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아빠가 다른 쌍둥이 / 강기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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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다른 쌍둥이


강기원

 

 

아빠가 다른 쌍둥이 둘이 사이 좋게 태어났습니다
남이 아닌 것처럼, 남인 것처럼


엄마를 나누어 갖는 건 엄마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뱃속부터 우린 우리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나는 네가 나의 거울인 줄 알았으니까요
너는 내가 너의 거울인 줄 알았으니까요


우린 서로의 발가락을 빨며 살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양식인 줄 이미 알았습니다


둘 중 누가 낮의 씨인지 밤의 씨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우린 같은 별자리를 가졌으니까요


아빠가 다른 쌍둥이 둘이 다투며 태어납니다
유신론자인 무신론자처럼
무신론자인 유신론자처럼

 

 


-계간『시와 환상』(2011, 봄호)
2012-10-08 월요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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