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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風磬)
―이태수 (1947∼ )
바람은 풍경을 흔들어 댑니다
풍경 소리는 하늘 아래 퍼져 나갑니다
그 소리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나는
그 속마음의 그윽한 적막을 알 리 없습니다
바람은 끊임없이 나를 흔듭니다
흔들릴수록 자꾸만 어두워져 버립니다
어둡고 아플수록 풍경은
맑고 밝은 소리를 길어 나릅니다
비워도 비워 내도 채워지는 나는
아픔과 어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두워질수록 명징하게 울리는 풍경은
아마도 모든 걸 다 비워 내서 그런가 봅니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34』(동아일보. 2012년 11월 30일)
기사입력 2012-11-30 03:00:00 기사수정 2012-11-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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