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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고추장
―이인철(1961∼ )
이슬을 닦고 장독뚜껑 열면
곰삭고 있는
해
하나
저렇게 붉으면
저렇게 뜨거우면
사랑처럼 단내가 풍풍 나는구나
강천산 단풍보다 더 싱싱한 색이 돋는구나
섬진강 한 굽이의 샘물 냄새
물씬
물씬
솟구쳐 오르고
양푼에 곰삭은 해 한 수저 떠넣고
붉은 밥을 비비면
칼칼한 입맛
고추씨 같은 별빛과
왕대나무숲 붐비는 바람소리
담 넘어 우리를 부르는 어머니의 가는 손
들린다
뜨거웠던 시절에
은어떼처럼 되돌아오는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40』(동아일보. 2012년 12월 14일)
기사입력 2012-12-14 03:00 기사수정 2012-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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