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순창고추장 / 이인철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40)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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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고추장


―이인철(1961∼ )

 


이슬을 닦고 장독뚜껑 열면
곰삭고 있는

하나


저렇게 붉으면
저렇게 뜨거우면
사랑처럼 단내가 풍풍 나는구나
강천산 단풍보다 더 싱싱한 색이 돋는구나


섬진강 한 굽이의 샘물 냄새
물씬
물씬
솟구쳐 오르고
양푼에 곰삭은 해 한 수저 떠넣고
붉은 밥을 비비면
칼칼한 입맛
고추씨 같은 별빛과
왕대나무숲 붐비는 바람소리
담 넘어 우리를 부르는 어머니의 가는 손
들린다


뜨거웠던 시절에
은어떼처럼 되돌아오는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40』(동아일보. 2012년 12월 14일)
기사입력 2012-12-14 03:00  기사수정 2012-12-1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