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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玉水)역
―박시하 (1972∼ )
사랑해,
공중 역사 아래 공중에게 고백을 하려다 만다
군고구마 통에 때늦은 불 지피는 할머니가
내가 버린 고백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이 허망한 봄날
겨울을 견딘 묵은 사과들이
소쿠리에 담겨 서로 껴안고 있다
또 다른 출발을 꿈꾸는 걸까?
아직 붉다
역사가 흔들릴 때
문득 두고 온 사랑이 생각났다
푸른 강물 위
새로 도착하는 생(生)과
변함없이 떠나고 있는 생(生)들이 일렁인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41』(동아일보. 2012년 12월 17일)
기사입력 2012-12-17 03:00 기사수정 2012-1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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