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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고요 / 이수익 - 딱정벌레가 되고 싶었을 때 / 복효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6. 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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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고요


이수익

 

 

짝짓기하는 큰넓적송장벌레 한 쌍이

들켰다.

온갖 꽃이며 풀들 만화방창 피어나는 숲 속

도도한 녹음의 물살 한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폭염이 날려보내는 불의 화살에도 끄덕없이

오로지 사랑에, 사랑에만 몰입한 나머지

 
누가 옆에서 보는지도 모르고

봐도 그냥 어쩔 수 업다는 듯이

황홀한 열애의 구덩이에 빠져 있는

저 끝없이 단순하고 후안무치한 것들 탓으로
 

고요 속엔

불온한 뜨거움이 끓고 있다.

 

 


-시집『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시작,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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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정벌레가 되고 싶었을 때


복효근

 


함박꽃 화심花心 속에서
딱정벌레 두 마리 얽혀 흘레하고 있다


내가 저 벌레 두 마리로
함박꽃 속에서 저럴 수 있다면


꽃송이째 꺾여 불 속에 던져진대도
그 다음은 기약 없어도 좋겠네

 

 


-시집『새에 대한 반성문』(시와시학사,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