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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 신달자 - 넥타이 / 최정란 - 넥타이 - 박성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5. 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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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신달자

 


남자들은 아침마다

무지개를 걷어다가 목을 조인다

목을 죈 생의 목줄을 펄럭이며

출근을 한다

멋을 내거나 신사다운 품위를 지키는

정장의 모습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이

스스로의 두 손으로 목을 조이는

경건한 자해

목을 조이지 않으면 남자들은 녹이 슬어

목을 조이지 않으면 풀이 죽어

남자들은 별빛 꿈처럼 장롱 속에 걸린

흰 칼라에 반듯하게 매어진 그 심장에 붙은

화려한 암호를 해석하지 마라

매면서 풀고 싶은 이중성의 고독

세상을 향해 벌리는 또 하나의 손

펄떡거리는 야성을 정박시키는

개인 야사의 쓸쓸한 축도

그 가슴에 길게 늘어진 입.

 

 

 

-시집『열애』(민음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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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최정란

 


고치 속의 누에처럼 웅크리고 잠든 그 남자

태어난 이후 단 한 번도

생의 중심에 묶인 넥타이 푼 적 없다

벼랑 끝에 매달려 흔들리다가,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팽팽하게

목을 조이는 목줄 끝

날개와 맞바꾼 계약의 화살표는 아래로 향한다

참을 수 없이 팽창된 날카로운 한 순간이

뜨거운 절망을 쏘아내고 곤두박질 치면

순한 짐승처럼 늘어지던 넥타이

날아오르려는 순간 번번이

추의 무게에 발목 잡혀

절벽 아래로 수직 강하한다

그는 가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자랑스런 기호 풀고 싶었던 적 없었을까

올가미처럼 조여드는 넥타이 대신

비린 달빛에 입덧하는 늪으로 누워서

한 달에 한 번, 뜨거운 가시연꽃 같은 것

생의 외곽으로 은근히 밀어내고 싶지 않았을까

중심을 가장 가파른 벼랑에 묶어 둔 블랙유머

누구의 매듭을 풀고 나온 넥타이일까

물뱀 한 마리, 수면 위를 미끄러진다

 

 

 

-시집『여우장갑』(문학의 전당,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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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타이


  박성우

 

 

  늘어지는 혀를 잘라 넥타이를 만들었다
 
  사내는 초침처럼 초조하게 넥타이를 맸다 말은 삐뚤어지게 해도 넥
타이는 똑바로 매라, 사내는 와이셔츠 깃에 둘러맨 넥타이를 조였다
넥타이가 된 사내는 분침처럼 분주하게 출근을 했다

 

  회의시간에 업무보고를 할 때도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계약을 성사
시킬 때도 넥타이는 빛났다 넥타이는 제법 근사하게 빛나는 넥타이가
되어갔다 심지어 노래방에서 넥타이를 풀었을 때도 넥타이는 단연 빛
났다

 

  넥타이는 점점 늘어졌다 넥타이는 어제보다 더 늘어져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냥 말없이 살아 넌 늘어질 혀가 없어, 넥타이는 근엄한 표
정으로 차창에 비치는 낯빛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넥타이를 잡고 매달
리던 아이들은 넥타이처럼 반듯하게 자라주었다
 
  귀가한 넥타이는 이제 한낱 넥타이에 불과하므로 가족들은 늘어진
넥타이 따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계간『애지』(2013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