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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브래지어
이세진
아내가 나들이 간 날
속내의 찾으려 뒤지는 낡은 장롱 서랍 속
오래 살아온 흔적들
또 다른 낡은 서랍 속
아내의 그것을 닮아
겹겹이 포개 놓은 풀 죽은 브래지어들
어느 공동 묘지 쌍분 같은데
아내가 평생 끌어안고 살았을,
새끼들 밥통이었거나
생명의 원천,
또는 뜨거운 사랑이었을.
ㅡ시집『저녁 무렵의 구두 한 켤레』(시와사람,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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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부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팽이는 서고 싶다》창비
ㅡ조명숙 엮음『하늘연인』(열음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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