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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최치언
자주달개비 꽃을 가리키던 너의 손끝에서
반쯤 지워진 흰 매니큐어를 보았다
달을 밀어올리고 있는 마디 굵은 주름도 보였다
살짝 벌어진 조갑지만한 미소를 누구에게 배웠는지
내 가슴 어딘가를 깊게 찔렀다 나온 너의 손끝을
조용히 달개비 꽃 대신 바라보았다
우린,
귀신이 될 수도 없는 나이에
낫질이 함부로 베고 간 잡풀들 속에 두 발을 묻고
자주달개비 꽃이 무더기로 피워낸 자줏빛 비명을
오랫동안 귀에 담고자 하였다
그러나
상처를 안으로 들이는 것들은 소리가 없었다
강의 몸이 물을 담고 스스로 깊어가듯
그날 강을 건너지 못한 산그늘을
우린 길게 뒤로 껴안고 있었다
-계간『시산맥』(201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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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공무도하가
김택희
이른 봄나들이 나섰다
선유도 한강공원 출렁다리 앞
강바람이 움츠러든 어깨를 흔든다
엊그제 온 입춘이 기침도 못하는 황량한 물가
바람 차다 말리는 봄빛 보이지 않는다
공무도하 공무도하
누군가 외쳐줄까 멈칫거리는데
눈치 없는 칼바람만
길어진 목 사정없이 베어댄다
기다림에 부르는 듯도 해 언뜻 고개 돌리니
모퉁이에 회분칠한 자작나무 모른다 멀뚱거릴 뿐
공무도하 공무도하
잡아줄 님 보이지 않고
먼 빌딩 사이 서녘 해만 홍매처럼 물든다
-계간『시에』(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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