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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 박완호 - 외도 / 오명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0. 1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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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

 
  박완호

 
 

  그리움의 거처는 언제나 바깥이다 너에게 쓴 편지는 섬 둘레를 돌다 지워지는 파도처럼 그리로 가 닿지 못한다
 

  저마다 한 줌씩의 글자를 몰고 날아드는 갈매기들, 문장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깥을 떠돌다 지워지는 저녁, 문득 나도 누군가의 섬일 성싶다
 

  뫼비우스의 길을 간다 네게 가 닿기 위해  나섰지만 끝내 다다른 곳은 너 아닌, 나의 바깥이었다
 

  네가 나의 바깥이듯 나도 누군가의 바깥이었으므로, 마음의 뿌리는 늘 젖은 채로 내 속에 뻗어 있다
 

 그리운 이여, 너는 항상 내 안에 있다

 

 

 

―웹진『문장』(2009년 가을호)
ㅡ웹진 시인광장 선정『2009 올해의 좋은시 300選』(2009, 아인북스)
―시집『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서정시학,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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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오명선

 

 

섬을 만나러 홀로 집을 나선다
오랜만의 외박이다


배낭에 담긴 설렘은 자꾸 부풀어 오르고
바람마저 푸르다


뱃길에서 만난
기암괴석의 절벽은 천년송과 눈이 맞아 바람을 버틴다
파도는 철썩 병풍바위 미륵바위와 찰떡궁합이고
수평선은 물새와 가마우지들의 울음소리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선샤인 스파리티움…마호니아 휘귀식물들과 사랑에 빠진 남도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낯익은 동백 대나무 후박나무는 동박새 물총새에게 넘겨주고
처음 보는 이국의 낯선 얼굴들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화끈한 열애


바람둥이의 기본메뉴는 원 나잇이라는데,


외도는
하룻밤의 외도도 용납하지 않는다

 

     


―시집『오후를 견디는 법』(한국문연,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