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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의 밥상 / 홍사성 - 당진형수사망급래 / 이종성 - 사촌형수 / 이길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0. 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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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의 밥상


  홍사성

 

 

  빈소 향냄새에 그 냄새 묻어 있었다
 

  첫 휴가 나왔을 때, 감자 한 말 이고 뙤약볕 황톳길 걸어 장에 갔다 와
차려낸 고등어조림 시오리 길 다녀오느라 겨드랑이로 흘린 땀 냄새 밴 듯
콤콤했다 엄마 젖 그리워 패악 치며 울 적마다 가슴 열어 빈 젖 물려주던
맛과 똑 같았다 그 일 둘만 안다는 듯 영정 속 그녀는 오랜만에 찾아온 시
동생 일부러 무표정하게 맞았다 어머니뻘 형수가 차린 오늘 저녁 밥상 고
등어조림 대신 국밥이다

 
  한 수저 뜨는데 뚝, 눈물 한 방울 떨어졌다

 

 


-계간『시와 표현』(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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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형수사망급래


이종성

 

 

내 눈물은 배롱나무꽃이다.
누군가에게 영혼을 바쳐본 이는 안다.
마음이 마음을 지나면 그 색으로 물이 든다는 것을,
내게도 안팎으로 곱게 물들던 시절이 있었다.


유년의 바깥마당 환하게 핀 나무 아래로
꽃이 되어 걸어 들어온 사람 있었다.
그날부터 뭉실뭉실 하늘에는 꽃구름이 일었고
산 너머 종달새는 보리밭을 푸르게 일으켰다.
밤에는 별을 따라 반딧불이 어둠을 날았다.


마음이란 그렇게 하나의 삼투현상이어서
색깔이 바뀌고 날개를 달아주는 신비한 현상
처음으로 그때 한 사람의 색으로 치환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세상의 어느 색으로도 물들지 못했다.


지금, 형수님 산소엔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간밤 비에 젖은 봉오리 뚝뚝 지고 있다.
아직도 떨리는 손에 든 한 통의 비보
글씨 위로 꽃잎이 붉다.

 

 

(제9회 수주문학상 우수작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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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촌 형수

 

  이길원 
 

 
  치마 자락처럼 늘어진 고향 선산, 사촌형수는 그 가슴에 선산을 안고 살았다. 추석이면 나는 늘 그 발치에 사는 사촌형수 집에 들렀다. 그때마다 사촌형수는 청국장을 끓여 주었다. 고향을 떠나온 후 삼십여 년이 지날 때까지 추석이면 나는 사촌형수 집에서 청국장을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추석이면 얼굴도 모르는 조상보다 그 청국장 맛이 더 생각났다.


  눈송이가 유난히 굵던 작년 겨울
  사촌 형수가 눈 속에 묻혔다


  봄이 가고 또 추석이 왔다. 성묘를 끝내고 떠날 때, 조카가 말했다. 〈점심 드시고 가셔야죠.〉 우물우물 주저앉은 밥상엔 청국장. 조카는 이야기했다.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서울 도련님 청국장 좋아한다. 이번 추석에 오거든 점심에 청국장 잊지 마라. 그래서 아저씨 기다렸지요.〉 선산의 허리춤에 묻힌 사촌 형수는 아직도 청국장을 끓이며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유심』(2013. 10)
―시집『가면(MASK)』(범우,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