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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 - 감정 공산주의/혁명은 한 마리의 감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4. 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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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공산주의

 
   박정대

 

 
   감정이 확장되어 감정의 무한에 당도할 때도 감정 공산주의는 태동하지 않는다, 해상의 수평선과 지상의 지평선에 당도했을 때 나의 생각이 그러했다

 


   나는 자생적 감정 공산주의자

 


   감정의 무한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것은 나의 본질적 욕망일 뿐 소립자의 세계사 그 어느 페이지에도 감정 공산주의는 기록된 바 없다

 


   담배를 피워 물고 저녁마다 감정의 확산을 꿈꾸는 나는 자생적 감정 빨치산

 


   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마다 온 세계를 나의 감정으로 물들이려는 나는 극렬 감정분자

 


   확장된 감정이 끝내 무한의 감정에 당도했을 때도 나의 감정 공산주의가 한 일은 별을 향해 센티멘털 로켓을 발사한 것

 


   그러니 언젠가 그 로켓이 또 다른 별에서 감정의 동무들을 데리고 지구로 귀환하리라는 걸 안다

 


   본질적 고독이 세계를 물들이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창작과비평』(2011년 여름호)

―시집『모든 가능성의 거리』(문예중앙, 2011)

 

 

 

혁명은 한 마리의 감정

 

박정대

 

 

나는 걸어가면서 파리 대평원을 흡혈하였다, 파리의 하수구는 그때 생겨났다

 

걸어가는 풍경들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을 때마다 복사꽃 복사꽃이 피었다, 페르 라셰즈, 몽파르나스, 몽마르트르

 

생 라자르 역은 중국식당 옆에 있었다

 
중국식당은 작은 타박 옆에 타박은 복숭아나무 옆에 있었다

 
복사꽃이 피어날 때 설거지를 시작하여 복사꽃이 떨어질 때 설거지를 마쳤다

 
지상에 놓인 수만 개의 혈관을 따라 나는 그대 속으로 잠열(潛烈)하였다

 
담배 연기는 내 영혼의 복사꽃

 
혁명은 한 마리의 감정

 
파리 대평원의 밤하늘엔 잠열(潛熱) 같은 초저녁 별들이 총총

 
밤하늘의 입장에서 보자면 파리는 별들이 흐르는 인간의 아름다운 하수구였다

 
전직 천사의 입장에서 볼 때 파리라는 도시는 이렇게 발명되었다

 

 

 

―시집『체 게바라 만세』(실천문학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