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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김준태
어릴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참깨를 털면서』.창작과비평사. 1977)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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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에 대하여
이재무
어릴 적에는 호주머니가 지갑이었지
구슬이나 딱지 그리고 때 묻은 손이 드나들 적마다
함께 따라 들어온 먼지 한 움큼이 들어있었지
쏘다니고 싶은 곳 많아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휘파람 불며 집 밖을 자주 떠돌아다녔지
나이 들어서 생긴 가죽 지갑 속에는
사진과 명함, 주민증과 카드들이 한 가득 들어있었지
갈 곳 많아도 지갑 없이는 함부로 집 밖 나설 수 없었지
한 생을 끌고 다니는 지갑
두툼해질수록 내 영혼 여위어갔지
―월간『유심』(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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