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피에타 - 이건청 / 김용재 / 최춘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5. 12. 23:57
728x90

피에타
 

이건청

 


마리아가 아닌
내 어머니 이 밤
아들의 병상에 오셔서
주름진 손으로
밤새 늙은 아들을 품어 안고
계시다가
새벽 녘
당신의 백골 쪽으로
가시는구나,
 

뒤 돌아보며,
뒤.돌.아.보.며.
마가목 숲을 넘어
흩날리며
가시는구나.
 

마리아가 아닌
작은 여자,
 

밝은 후광 속의
내 어머니.


 

 

-계간『시인수첩』(2012. 가을)

 


 
피에타 [Pieta] -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의 시체를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 광경을 표현한 작품.

 

 

---------------------------
피에타


김용재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왔네
말없이 성모의 팔에 안겼네
미켈란젤로가 그 혼을 새겼네
정신병자가 망치를 휘둘렀네
아랑곳 피에타는 피에타를 안고 있네
슬픈 거룩함, 아련한 투시,
이 우쭐한 예배당에서, 하늘 또 올려보며
예술적 정열과 종교적 진지함 사이
무슨 칸막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난간을 무심코 내려왔네
그래, 어느날엔가 피에타 예배당에 앉아
기억 밖의 오랜 사랑을 찾을 건가
여전히 시의 맥박을 고동치게 할 건가
관조의 골육(骨肉) 추려보고 있었네
통속을 넘어 슬픔에 키스하며
지혜의 궁중(宮中)을 노크하고 있었네

 

 

*피에타 (Pieta)―예수의 유해를 안고 비탄하는 성모마리아의 그림(조각)이며. 미켈란젤로(1475∼1564)의 걸작. 바티칸 시국 성베드로대성당 안에 있다.

 

 


―계간『호서문학』(2012. 여름)
ㅡ김석환·이은봉·맹문재·이혜원 엮음『2013 오늘의 좋은시』(2013, 푸른사상)

 


-----------------------
   피에타

 

   최춘희

 

 

   죄의 얼룩이 간밤의 비에도 씻기지 않고 붉은 핏자국으로 남아 벽에는 총알자국 뿐인 새벽입니다 새끼 잃은 어미고양이 지붕위에서 울부짖고 창밖은 어둠뿐 해는 언제 뜨는지 물러날 곳 없는 백척간두의 칼날위에서 서있는 맨발의 시간입니다 현장검증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묵묵부답 신문의 검은 헤드라인으로 클로즈업 되는 당신의 알리바이는 무엇인가요? 아무 곳에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떠다닌 빈 몸의 그림자를 껴안고 녹슨 대못 하나 모가지가 부러진 채 녹슬고 있습니다

 

 


―계간『시와 경계』(2014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