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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행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를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선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홀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ㅡ계간『창작과비평』.(2002년 여름호)
ㅡ나희덕 엮음『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삼인, 2008)
ㅡ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이가서, 2006)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1
정희성
꽃이 마구 피었다 지니까
심란해서 어디 가 조용히
혼자 좀 있다 오고 싶어서
배낭 메고 나서는데 집사람이
어디 가느냐고
생태학교에 간다고
생태는 무슨 생태?
늙은이는 어디 가지도 말고
그냥 들어앉아 있는 게 생태라고
꽃이 마구 피었다 지니까
심란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고
봄이 영영 올 것 같지 않아
그런다고는 못하고
1) 이상국의 시「그늘」의 첫 행.
ㅡ장석남 시배달『사이버문학광장 문장』(2014년 05월 23일)
ㅡ시집『그리운 나무』(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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