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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대순 - 黑人鼓手 루이의 북/불도오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5. 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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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人鼓手 루이의 북


범대순
 

 

당신은 아틀라스

검은 손이 불꽃처럼 밝다


처음에는 창조의 숨결

들릴 듯 들릴 듯 아쉽더니

 

이윽고 무수한 소나기와 상록(常綠)

화려한 전쟁이 몰리고 또 지고

그리하여 파도와 쫓기는 밀림의 불빛

붉은 비명과 검은 분(憤)이 목을 놓던

저렇게 우는 것인가 생각한다

 

―사랑한다든지 이렇게 산다든지 하는 것은

   한낱 부끄러운 메아리

 
바위를 밀고 그 밑에 깔리고 발목이 쌓이고 한데

아아 나는 앉은 자리 그 발이 가려운 아프리카 어느

부족한 영양(營養)

 
오랫동안 여위고 절던 나의 눈이

지금 저 동자(瞳子) 속에 사는 뜻은 무엇인가

 

                                  

 
―시집『黑人 鼓手 루이의 북』(時事英語社,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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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오자

 

범대순 

 


다이너마이트 폭발의 5월 아침은 쾌청

아카시아 꽃향기 그 미풍의 언덕 아래

황소 한 마리 입장식이 투우사보다 오만하다

 
처음에는 여왕처럼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다가

스스로 울린 청명한 나팔에 기구는 비둘기

꼬리 쳐들고 뿔을 세우면 홍수처럼 신음이 밀려

이윽고 바위 돌뚝이 무너지고

 
그것은 희열

사뭇 미친 폭포 같은 것

짐승소리 지르며 목이고 가슴이고 물려 뜯긴 신부의 남쪽

그 뜨거운 나라 사내의 이빨 같은 것

 
그리하여 슬그머니 두어 발 물러서며 뿔을 고쳐 세움은

또 적이 스스로 무너짐을 기다리는 지혜의 자세이라

 

파도 같은 것이여

바다 아득한 바위 산 휩쓸고 부서지고 또 부서지며

봄가을 여름 내내 파도 같은 것이여

 
불도오자

 
정오 되어사 한판 호탕히 웃으며 멈춰 선 휴식 속에

진정 검은 대륙의 그 발목은 화롯불처럼 더우리라

 

다이너마이트 폭발의 숲으로 하여 하늘은 환희가 자욱한데

내 오래도록 너를 사랑하여 이렇게 서서 있음은

어느 화사한 마을 너와 더불어 찬란한 화원

찔려서 또 기쁜 장미의 무성을 꿈꾸고 있음이여

 

 

 

―시집『黑人 鼓手 루이의 북』(時事英語社, 1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