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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대순 - 무등산 눈꽃/무등산 백마능선/새인봉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5. 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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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눈꽃

 
범대순

 

 

저것을 어떻게 한다냐

다만 하얀 것 위에 하얀 것

역사도 전쟁도 파묻어 버린

백 년 같은 저 작은 별들을 어떻게 한다냐

 
꽃 위에 또 사랑같이

찢어질 듯 휘어진 가지가지

말고는 있어도 다 아닌

저 하얀 사상을 어떻게 한다냐

 
바람결이 조금만 있어도 쏟아질 듯

쏟아지면 산이 무너질 듯

아슬아슬 가슴이 두근거리는

만유위험萬有危險의 법칙이여

 
사람은 없다

푸른 하늘보다 더 푸른

저 순수한 겨울을 두고

다시 도시로 가야 하는 미운 마음이여

 

 

 
―시집『무등산』(문학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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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백마능선

 

범대순  

 

 

푸른 하늘을 달리면서

흰 갈기가 천리 같다

 

보고 있으면 손에 잡힐 듯

동으로 서로 날리는 자유

 
큰 허공에 꿈

무지개 또 무지갯빛의 어지러움

 
가을 중봉에서 바라보는

석양 백마능선

 
장불재에서 안양산까지

길고 큰 사상思想을

 
타지 못하고 하산하자니

눈물과 같이 한이 남는다

 

아름다움은 절망

백마이면서 젊음이었다

 


 
―시집『무등산』(문학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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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인봉

 

범대순 

 


흰 구름도 푸른 하늘도 여기

긴 가난도 슬픔도 여기 있으면

어머니같이 흙 묻은 가슴이구나

 
무등산 새인봉에선

산새도 바위도 조선말로만 논다

전라도 사투리같이 모음 자음이 따로 없다

 

북으로 남으로 나의 행장은 바람 든 날개같이

꽃피다 말고 내리는 우박같이

늘 갈린 소리가 났었다

 

돌아와 여기 춘하추동에 서면

오랜 미움도 아픔도 다 그리움

아프리카도 히말라야도 모두 다 같이 있구나

 

 

 

 ―시집『무등산』(時事英語社,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