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눈꽃
범대순
저것을 어떻게 한다냐
다만 하얀 것 위에 하얀 것
역사도 전쟁도 파묻어 버린
백 년 같은 저 작은 별들을 어떻게 한다냐
꽃 위에 또 사랑같이
찢어질 듯 휘어진 가지가지
말고는 있어도 다 아닌
저 하얀 사상을 어떻게 한다냐
바람결이 조금만 있어도 쏟아질 듯
쏟아지면 산이 무너질 듯
아슬아슬 가슴이 두근거리는
만유위험萬有危險의 법칙이여
사람은 없다
푸른 하늘보다 더 푸른
저 순수한 겨울을 두고
다시 도시로 가야 하는 미운 마음이여
―시집『무등산』(문학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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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백마능선
범대순
푸른 하늘을 달리면서
흰 갈기가 천리 같다
보고 있으면 손에 잡힐 듯
동으로 서로 날리는 자유
큰 허공에 꿈
무지개 또 무지갯빛의 어지러움
가을 중봉에서 바라보는
석양 백마능선
장불재에서 안양산까지
길고 큰 사상思想을
타지 못하고 하산하자니
눈물과 같이 한이 남는다
아름다움은 절망
백마이면서 젊음이었다
―시집『무등산』(문학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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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인봉
범대순
흰 구름도 푸른 하늘도 여기
긴 가난도 슬픔도 여기 있으면
어머니같이 흙 묻은 가슴이구나
무등산 새인봉에선
산새도 바위도 조선말로만 논다
전라도 사투리같이 모음 자음이 따로 없다
북으로 남으로 나의 행장은 바람 든 날개같이
꽃피다 말고 내리는 우박같이
늘 갈린 소리가 났었다
돌아와 여기 춘하추동에 서면
오랜 미움도 아픔도 다 그리움
아프리카도 히말라야도 모두 다 같이 있구나
―시집『무등산』(時事英語社,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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