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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외 5편)
시바타 도요(1911~2013)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아침은 올 거야
홀로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이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불행해……."
한숨 짓는 내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따뜻한 아침 햇살이
비출 거야
귀뚜라미
깊은 밤 고다쓰 안에서
시를 쓴다
나 사실은
이라고 한 줄 쓰고
눈물이 흘렀다
어딘가에서
귀뚜라미 운다
울보랑은 안 놀아
귀뚤귀뚤 운다
귀뚤귀뚤 귀뚜라미야
내일도 오렴
내일은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을게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아들에게 1
무언가
힘에 겨운 일 생기면
엄마를 떠올리렴
다른 이와
맞서 싸우면 안 돼
훗날 자신이
미워진단다
자, 보렴
창가에
환한 햇살이 들기 시작해
새가 노래하고 있어
힘을 내, 힘을 내
새가 노래하고 있어
아들아, 들리니
- 시바타 도요 시집 『약해지지 마』(2012, 지식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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