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분홍 그늘
유재영
소나기
지난 자리
여뀌꽃
분홍 그늘,
조붓한
봇도랑에
무슨 잔치 났나 보다
갈갈갈
새물내 맡고
모여드는
피라미 떼
-------------------------------
나무 성자(聖者)
유재영
마을 앞 서로 굽고 동으로 뻗은 가지
굳은살에 검버섯도 드문드문 피는 육신
나이도 이쯤이 되면 넉넉한 그늘 한 채
부러진 가지 줍고 마른 잎 물어 오고
염주를 굴리듯이 가슴으로 품어 키운
내일은 수리 새끼들 분가하는 날이다
소쩍새 밤이 깊자 등이 휘는 북극성
하늘도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는 사이
가지 끝 오목한 달이 꽃등처럼 걸렸네
------------------------------
뻐꾸기로 우는 봉분
유재영
해마다 모시면서 그 해 봄도 함께 묻어
해마다 이맘때면 뻐꾸기고 우는 봉분
옆 자리 우리 어머니 함께 듣고 계실까
저승도 보인다는 오동꽃 환한 날엔
눈에 익은 행서체로 나직히 휘어지는
그 말씀 무릎을 꿇고 잔처럼 받습니다
―시조집『느티나무 비명(碑銘)』(동학사, 2014)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 - 신달자/김기택/오세영/김왕노/박남준/ (0) | 2014.06.25 |
---|---|
유현숙 - 묵형墨刑 / 신궁에 들다 / 올해, 늦은 여름 / 내 안의 불빛들 / 드림, Dream (0) | 2014.06.23 |
목련꽃 브라자 / 복효근 - 목련 여인숙 / 박완호 (0) | 2014.06.13 |
약해지지 마 외 5편 / 시바타 도요 (0) | 2014.06.12 |
애가 - 이창대/엄원태/박재삼/프랑시스 잠 /황강록/박화목 (0) | 2014.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