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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나를 들게 한다
천양희
높은 산은 오른다 하고
깊은 산은 든다고 하네
오른다는 말보다 든다는 말이 좋아
산에 든 지 이십 년이 넘었네
산은 오래 들어도 처음 든 것 같고
자주 든 길도 첫길 같은데
나는 나이 들어도 단풍 든 것 같지 않고
눈에 든 풍경도 절경이 아니네
높은 자리에 든 사람도
깊은 산에 든 것은 아닐 것이네
산에 들어 내가 감탄하는 것은
산에 든 눈먼 돌은 죄가 없다는 것
갈등 속에 든 사람들은 고통의 고리를 잡는다는 것
든다는 것과 오른다는 것이
산만의 일이 아니라서
바람 든 나무 밑에 엎드려 나는
오래 일어나지 않았네
-계간『시인동네』(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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