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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박노식
백지 한 장 머리맡에 누이고
시를 얻어 잠이 들었다
꿈결에 여러 번 손이 가고 뒤척였다
늦은 아침 마당에 나와 먼 산을 둘러보다 울컥하여 다시 방에 들었다
죽은 말을 솎고 또 몇은 비틀어서 여기저기 걸어놓았다
검은 종이를 들어 터니
깨알 같은 글자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어제의 시가
방금 둘러본 겨울 산같이 휑하고 가벼워져서
나의 얼굴마저 갸름해졌다
―계간『시와소금』(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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