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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가는 곳
박판석
사람들은 오르고 산은 내려온다
물과 나무와 바위와 짐승이 사이좋게 내려오는
저 아래편 골짜기
사람들은 산이 하늘로 치솟는다고 말하지만
산을 따라 내려가 보면
제 몸을 헐어 골짜기로 모이는 숲과 물길
낮은 곳을 향해 흙으로 돌아가는
산의 숨소리가 들린다
산보다 높이 나는 새들도
능선 아래 집을 짓고 새끼를 기른다
낮은 곳은 살아있는 것들이 잔뿌리를 내리는 곳
가장 낮은 곳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말한
어느 老 철학자의 말처럼
바람 없는 날이면 산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 맑은 연못에 잠시
제 모습을 내려놓는다
―시집『도토리 열매 속에는 큰 산 하나 들어가 산다』(시와사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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