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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1
나태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겨울 아침 골목길
중풍 걸려 추운 날씨인데도
밖으로 나와 걷기 연습하는 늙은 남자를 본다
낡은 유모차에 의지하여 비척비척 가고 있는
늙은 여자를 또 본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오늘도 아침에 따슨 밥을 먹고 맑은 물 마신 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가!
더구나 내 눈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구름을 바라볼 수 있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금도 병실에 갇혀 창밖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105일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주사만으로 버텨본 일이 있는 사람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 2
나태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춰 발아래 본다
봄 되어 어렵게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
민들레 냉이 제비꽃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춰 구름을 본다
어딘지 모를 먼 곳에서 와서
여전히 먼눈을 뜨고 있는
그리운 정다운 영혼의 이웃
아, 나는 오늘도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오늘도 여전히 너를
멀리서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
ㅡ시집『자전거를 타고 가다가』(푸른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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