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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1 /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 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10. 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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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1
 
나태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겨울 아침 골목길

중풍 걸려 추운 날씨인데도

밖으로 나와 걷기 연습하는 늙은 남자를 본다

낡은 유모차에 의지하여 비척비척 가고 있는

늙은 여자를 또 본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오늘도 아침에 따슨 밥을 먹고 맑은 물 마신 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가!

더구나 내 눈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구름을 바라볼 수 있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금도 병실에 갇혀 창밖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105일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주사만으로 버텨본 일이 있는 사람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 2

 

나태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춰 발아래 본다

봄 되어 어렵게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

민들레 냉이 제비꽃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춰 구름을 본다

어딘지 모를 먼 곳에서 와서

여전히 먼눈을 뜨고 있는

그리운 정다운 영혼의 이웃

 

아, 나는 오늘도 살아서

숨 쉬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오늘도 여전히 너를

멀리서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

 

 

 

ㅡ시집『자전거를 타고 가다가』(푸른길,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