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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무 시 -김명리/박설희/김용언/전동균/허소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11. 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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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무의 기억

 

김명리

 

 

가까운 곳에 있어도 먼 나무

먼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다

먼 나무의 일렁이는 나뭇잎 속으로

오방색으로 흩어지는 저녁의 잔광

먼나무를 오래 그리워하면

두 눈이 멀게 될 것만 같아

나는 먼 나무 곁으로 가지 못했다

살아서는 아직 한 번도

그 꽃을 보지 못한

먼나무의 붉은 열매와도 같은

슬픔의 적막한 좁은 미간 위에서

자꾸만 푸드덕거리는 긴 긴 여름 일몰 시각

먼나무 속으로 들어가서는

다시는 되돌아 나오지 못하는 새들이 있다

 

 

 

―계간『詩로 여는 세상』 (201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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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무


김명리

 

 
가까운 곳에 있어도 먼 나무

먼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다

먼 나무의 나뭇잎 속으로

오방색으로 일렁이고

흩어지는 저녁 잔광

먼나무 속으로 들어가서는

다시는 되돌아 나오지 못하는 새들처럼

먼 나무를 오래 그리워하면

눈이 먼 나무가 될 것 같아

나는 당신이라는 먼나무 곁으로 가지 못했다

번석류의 붉은 열매와도 같이

적막한 생

살아서는 아직 한 번도

그 꽃을 보지 못한

당신이라는 새의 옛날 옛적

 


 

―격월간『시사사』 2(014.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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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무

 

박설희

 

 

바로 코 앞에 있는데 먼나무

뭔 나무야 물으면 먼나무

 

쓰다듬어 봐도 먼나무

끼리끼리 연리지를 이루면 더 먼나무

 

먼나무가 있는 뜰은 먼뜰

그 뜰을 흐르는 먼내

 

울울창창

무리지어서 먼나무

 

창에 흐르는 빗물을 따라

내 속을 흘러만 가는

 

끝끝내

먼나무

 

 

 

계간시와정신(201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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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무

 

김용언

 


이름이 슬픈 나무다

곁에 있어도 먼나무다



멀리 있다는 건 외로움이 아닌가

부처도 인간들 사이에서 득불을 했는데 멀리 있으면

누구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 주며, 누구의 아픔을 들어줄 수 있으랴



자줏빛 꽃이나 멀쑥하게 피우다가 밤이면 별과 달을 바라보며 바람으로 우는 먼나무,



가련하여 정원으로 불렀더니 곁에 있어도 먼 나무니 멀리 간다며

답레로 꽃 몇 송이 보여 주고 떨어진다


자줏빛 떨어진 가슴

나 모르는 사이에 자줏빛이 얼룩져있다

 

 


시집쭉정이의 행복(신아출판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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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무에게로


전동균

 


그 곳으로 가시지요 열매를 매단 채
새 이파리 피운
신성한 나무에게로


좀 멀긴 합니다 신발을 벗고 몰려오는 구름들과
물결치는 돌들의 골짜기를 지나야 하죠
좌익도 우익도 없이 내려앉은 무덤들
시장 난전의 손바닥 같은
바람의 비문(碑文)을 읽어야 해요


―일생토록 쌀 닷 말 지고 가는 사람, 우리는
  아침에 얼어붙은 강을 건넜으나
  밤에도 강가에서 노숙하는 사람
  울며 웃는 사람


아무것도 없을지 몰라요 그 곳엔
다람쥐가 뱀을 잡아먹고 사람이 사람을 불태울지 몰라요
하늘로 하늘로 이파리들 펄럭일 때
누군가는 하염없이 오체투지
큰 절 올리고 있을지도


쉿!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모르는 척 기다려야 해요
그이들도 가슴에 통곡을 넣고 왔을 테니까
살얼음을 밟듯 지옥의
별자리를 건너왔을 테니까


아흔 아홉 설산 너머 무지개공원의 늘 푸른 나무
공원보신탕 입구 개사슬 묶인
으렁 으렁 먼나무*
  

 

* 감탕나무과의 늘푸른 키 큰 나무.

 

 

 

-계간『시와 사상』(201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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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먼나무

 

허소미

 

사랑이

꼭 백설 위에 듣는 핏빛이어야 하는가

찬물 같은 날에도

오종종 빨간 열매

나무 먼나무

눈 속 가득 차오르는

따스한 빛살

가까운 듯 먼 듯 살아온 부부

오누이처럼 닮은 세월로 바라보며

 

눈치로 대강 짐작하는

믿음의 뿌리가 정이라며

추운 뱃속에

뜨건 국밥 한 그릇으로 푸른 것 같은 것이라고

한 마디

남겨진 그 한마디 받아안아

사랑은 더욱 반짝이는가

가까울수록

먼데 사람 그리워하듯 하라

아우르는 메시지

그 나무 제 이름자 속에

딴청처럼 갈무리하고 있다

 

 

 

시집먼 먼나무 (시학,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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