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안도현 - 연탄 한장 / 너에게 묻는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11. 22. 22:54
728x90

 

연탄 한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 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일 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장도 되지 못하였지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시집『외롭고 높고 쓸쓸한』(문학동네, 2000)

 

 

--------------------------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집『외롭고 높고 쓸쓸한』(문학동네, 1994)
 -시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2』(국립공원, 2007)